딱 한달만에 포스트.
요새 생활을 간단히 써보자면 주로 집에만 있고 음식 떨어지면 나감. 나의 유일한 친구는 심즈... 라는 매우 폐인적인 생활 -_-
그치만 지난주에는 애니메이션 페스티발도 다녀오고 그 전에는 프라하에서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 공연이 있었더랬죠.
4월 25일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 프라하 공연.
몇달전에 아무생각없이 티켓 예매 체코 사이트 들어갔다가 매닉스 4월 공연을 발견, 한국에 다녀오자마자 티켓을 샀습니다. 매닉스 체코 공연이 처음은 아니지만 (2010년 체코 시골에서 한 락페스티발 헤드라이너로 왔었음) 단독 공연으로 프라하에서 한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지 않았나해요. 정확하진 않지만... 내가 체코 오고나서 프라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음. 영국밴드들이 유럽투어 돌면서 프라하는 빼먹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그럴땐 비엔나와 베를린에선 꼭 공연함) 스웨이드 재결성후 유럽 공연도 프라하만 쏙 빼먹었었고 말이죠. 어쨌든 올해는 체코내 공연 풍년인듯, 별로 팬은 아니지만 9월에는 콜드 플레이오고 7월에 오스트라바에서 하는 음악페스티발에는 뷰욕, 플레이밍 립스, 루퍼스 웨인라이트, 안토니 앤 더 존슨즈, 엘라니스 모리셋, 바비 맥페린등이 오고요. 뭐 티켓가격과 숙박비 생각하면 거기 가는대신 까를로비 바리 영화제를 선택할거 같긴 하지만 ㅎ
어쨌든 다시 매닉스 공연얘기로 돌아가서
한국 같았으면 막 몇시간전에 자리잡으러 갔을거 같은데 경험상 큰공연도 제시간에 오거나 좀 늦게 온다라는 걸 알기 때문에, 약 30분 전에 갔습니다. 도착해서 매닉스 티셔츠 하나 사고 옷도 맡기고 들어갔는데 1층 스탠딩은 앞쪽만 살짝 차있는 정도, 한시간 정도 일찍 왔으면 제일 앞자리에 섰을 듯해요. 근데 공연장을 들어서는 사람들도 주변의 사람들도 아저씨들 투성이라 (30대 후반 40대 정도) 공연 분위기 살까 걱정이 엄청 됐었죠. 원래 체코인들 공연장에서 반응 엄청 썰렁하거든요. 근데 거기에 아자씨들만 있으면 멀뚱멀뚱 서서 맥주만 마시며 공연보지 리액션 거의 없음. -_- 매닉스 공연 특성상 여자들이 더 많을 줄 알았는데, 매닉스 아저씨들 나이들면서 빠순이들도 나이들어 다 떨어져나갔나. 하는 생각에 앞을 보니 빠순이들은 다 제일 앞 펜스에 매달려있더군요. 공연장은 루체르나에서 가장 큰 홀. 공연장 입구에는 암표상도 하나 있었고요. 루체르나는 100년정도 된 공연장으로 영화극장이랑 콘서트 홀이 있고 영화관은 프란츠 카프카도 즐겨갔다고 하고요. 큰 홀은 이런저런 공연이나 고등학생들 무도회 장소로 주로 쓰임. 오래된 공연장이다 보니 아르누보식 장식에 2,3층 발코니석도 있는 그런 곳. 공연시작 시간이 되가니 사람들이 슬슬 나타나 공연장이 차기 시작, 오프닝 밴드 나올때 뒤를 돌아보니 아주 꽉 찼더군요. (매닉스 트윗을 보니 원래 2000장 팔았는데 다 팔려서 500장 추가로 더 팔았다고) 무대에서 가까운 쪽이었지만 체코애들에 비해 내가 좀 작고, 내 주변엔 키큰 남자들이 많아서 까치발하고 고개를 쭉빼야 무대가 보일랑 말랑... 한시간 전에 왔어야하는데! 하고 좀 후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웨일즈에서 출동한 영국애들이 힘으로 밀고 들어옴, 체코인들이 욕을 하건말건 우리는 니네말 모르셈하는 정신으로 쭉 들어와서 저도 덩달아 밀려 앞으로 앞으로 -_- 그 중에 나보다 작은 여자애가 내 앞쪽으로 쑥 들어와서 그 옆에 있던 체코 남자와 꺼지라고 서로 욕하는 험악한 상황이 연출됨.
공연 시작 시간은 원래 8시, 8시 좀 넘어서 오프닝 밴드 등장. 딱 보니 어린애들 같은데 밴드 이름도 잘 모르겠고 노래도 처음 들어봄. 그러나 예의상 열심히 들어주긴 했어요. 관객들 리액션이 완전 썰렁하고 공연 중간중간 매닉스를 외쳐대는 사람들 때문에 좀 불쌍하더라고요. 오프닝 밴드가 무려 10곡이나 부르고 사라지고 다시 무대 셋팅을 하고 기다리는데 거의 한시간을 기다린 듯 -_- 대체 언제 나오냐하고 지쳐갈 부렵.. 한 9시 반쯤 드디어 매닉스 등장. 첫곡은 모터사이클 엠티니스 ㅁ어ㅏㅜ헣너ㅣㅏ러ㅣㅏㅁ날 ㅠㅠㅠㅠㅠㅠㅠ
근데 관객들 반응을 걱정했던것이 우습게 시작부터 떼창을 하지 뭡니까 ㅋㅋㅋ 체코인들이 떼창하는건 이번에 첨봤어. 뭐 하긴 여태까지 간 공연들이 (얀 티에르셍, 모과이, 패트릭 울프 - 그외로는 다 클래식 공연) 떼창이 불가능한 공연이긴 했지만. 패트릭 울프 공연은 빠순빠돌이들이 그득했음에도 떼창은 안한듯. 이미 2시간 정도 서서 기둘리느라 허리아프고 공연시작전부터 지쳐버렸는데 모터사이클 엠티니스 나오자마자 혼이 나가서 거의 떼창하고 공연내내 거의 반실신한 기분이었던거 같아요. 힘들어서 탈진하고 쓰러지기 일보직전 - 매닉스를 봐야한다는 정신력으로 버팀 - 근데 공연이 또 너무 좋아 헤벌레 - 그래서 사실 공연 감상을 자세히 쓸 수가 없을지경. 대체로 내가 좋아하는 곡은 혼신의 힘을내 달리고 중간 중간 별로 안좋아하는 그레이스 오브 갓 같은 노래 나오면 쉬어주고... 뭐 이랬음. 그냥 공연 자체를 즐기려고 카메라를 안가져가서 사진 없음. (아이폰을 찍긴 찍었는데 폰카가 그렇지요 다 흔들렸어요) 대신 유튜브에 이 공연을 찍어 올린 용자가 있길래 링크를 겁니다.
모터사이클 엠티니스
사실 이 비디오는 짧고 촬영 상태도 안좋지만 공연장 분위기 보기엔 좋음
그리고 이 두곡을 연속으로 부를때 나는 거의 무아지경이었 음.
사진이 없으니 티켓 사진이랑
매닉스 티셔츠 머그컵 사진 투척 -_-
매닉스도 예상보다 열광적인 체코 관객의 반응에 꽤나 신났던거같고, 아마도 최고 절정은 저 어 디자인 포 라이프 나왔을때가 아닌가 해요. 거기에 연속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롬 디스페어 투 웨어를 불러주니 나는 죽을거 같았음. just cheap tarnished glitter 하는 부분에서는 니키가 흥분해서 관중석에 대고 글리이터!!!! 하고 외칠때 눈 마주치고. 아 니키 얘기를 쫌 하자면, 사실 난 매닉스에서 제임스 (리치) >>> 니키 >>>>>>>>> 숀 (미안해 숀 ㅠ) 요정도의 애정도를 가지고 있는데, 니키 실제로 보니 매력이 넘치는 듯. 뭐 기럭지야 원래 좋은걸 알았지만 유럽투어용 의상인지 여러가지 포토몽타쥬처럼 좋아하는 이미지나 문구들을 붙여놓은 흰자켓에 흰바지 해군장교 모자같은걸 쓰고 여전한 진한 눈화장에 얼굴엔 글리터로 무언가 써놨던거 같은데, 제임스만 보다가도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눈이 향하게 만들더군요 ㅎㅎ 내 자리도 제임스 보다 니키한테 가까운 자리였고. 아마 니키는 유일한 동양인 관객인 나를 보고 일본에서 빠순이 하나가 프라하까지 왔구나 했겠지 ㅠ_ㅠ 나라마다 셋리스트가 비스무리한듯 다른데, 3집 곡은 리볼 하나 밖에 안부르고 9집곡은 하나도 안부름. 거의 30대이상 관객들이 가득한 와중 내 앞쪽에 딱봐도 어려보이는 20대초반 한 무리가 있었는데, 내가 2집곡인 프롬 디스페어 투 웨어 미친듯이 따라부를때 얘네는 멀뚱멀뚱, 가장 최근에 나온 디스 이즈 더 데이 나올땐 난 후렴구만 겨우 따라부르고 얘네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창 ㅋㅋㅋ 이런것이 세대차이인가 -_- 공연보다 보니 무대가까이 2층 발코니에 오프닝으로 나왔던 밴드 (peace라고 함 얘네들이 자꾸 피스 피스 하길래 참 평화를 사랑하는 아이들인가 했는데... 밴드명이 피스였냐 -_-)가 매닉스 공연 구경하고 있던데. 자기네들 공연땐 목석같았던 관객들이 떼창하고 난리치는 광경을 보니 기분이 어땠을까하는 생각만. 그외로는 제임스는 루체르나 공연장을 보며 아 참 아름다운데서 공연하는 구나, 근데 여기 만드느라 아주 노동자들 뼈빠지게 일했을 듯! 하며 좌파 밴드 보컬로서의 면모를 보여줌. 니키는 중간중간 뭐라고 말을 길게 했는데 뭐란건지 잘 못알아들어서 기억이 안나. 제임스가 내년에 이 공연장으로 또오겠돠!! 하고 외쳤는데 진짜 또 다시 올려나요 ㅠ_ㅠ
공연 후 니키가 매닉스 페북과 매닉스 트윗에 남긴 감상은
Still in shock- one of the great m.s.p euro shows-prague you made us feel young+beautiful-you were magnificent-simply stunning xxx
하여간 이날의 공연을 정리하자면 - 누가 매닉스 라이브 못한데 (근데 니키가 몇번 실수하긴 했음. 옷을 이쁘게 입었으니 애교로 봐주자) 제임스 목상태는 괜찮은것 같았지만 막 심하게 지르는 부분은 몸을 사리는게 느껴짐, 무대 장식은 순전히 니키 취향인듯 (인조 벚꽃 나무에, 정체불명의 미러볼스타일 남자, 여자, 개 조각들 -_-), 세트 리스트는 약간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좋았음 (아쉬웠던 부분 리볼대신 패스터를 불러줬으면, 9집곡 한곡이라도 불렀으면, masses against the classes를 안부르다니!!!!! <- 근데 이 노래는 제임스가 부를때 좀 힘겨워하는거 같음) 그러나 너누머눔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서 몇일간 행복했다.
매닉스가 한국에서 공연할 일은 앞으로도 거의 희박해 보는데, 좌빨밴드여서 그렇다라는 결론을 친구와 내림 ㅋㅋㅋ 그러나 모르는 일임 스웨이드도 한국가지 않았습니까? 모리씨도 공연했습니다.
셋트리스트
Your Love Alone
Ocean Spray
Love's Sweet Exile
It's not war (Just the end of love)
The Everlasting
Found that Soul
Suicide is Painless
Love of Richard Nixon
Revol
Tsunami
A Design for Life
From Despair to Where
Grace of God
You Love Us
Everything Must go
Let Robeson Sing
This is the Day
You Stole the Sun from My Heart
Some Kind of Nothingness
Little Baby Nothing
Motown Junk
If You Tolerate This Than Your Children Will Be Next
어쨌든 긴 매닉스 공연 후기와 대조적으로 애니페스트 감상은 간단
내가 떼플리체(애니페스트 열리는 체코 북부 작은 도시 독일 국경에 가까움) 같은 곳에서 살고 있다면 어떻게든 빠른 시일내에 프라하로 탈출하던지 독일로 떴을거 같음. 작년보다 더 썰렁한 페스티발 (작년 페스티발도 구리다고 욕을 쳐먹었는데) 집시 아줌마들한테 어리버리하게 삥뜯김 ㅋㅋ (약 9천원정도) 동네 집시들과 노숙자들이 자꾸 나를 부름, 자꾸 나한테 베트남말 함, 차타고 가던 동네 청년들이 계속 나한테 소리지름. 작년정도를 생각하고 페스티발 끝무렵에 갔더니 학교애들이 별로 안남아있었음. 페스티발 분위기 자체는 그지같은데 (그지같은 동네에서 하고 돈이 없어서) 체코 애니메이션계의 인맥으로 프로그램은 꽤나 빵빵하게 짜놓아서 볼거는 많음. 학생작품중에 가장 맘에 들었던 스위스 학생 거가 2등상탐. 시상식 끝나고 얘기해보니 임마누엘 친구임. (이런 좁디좁은 유럽 애니메이션 세계)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