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sies of the gala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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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일기

죽다 살아남

Bleuroi 2015. 5. 27. 01:47

여기서 혼자 아파 쓰러진 경험은 여러번 있었지만 외부의 원인때문에 앓아누운 것은 처음이라 포스팅을 함.

토요일 저녁을 먹고 속이 매우 답답하고 메스꺼움을 느낌 - 혹시 저녁을 먹고 체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셀프손따기와 손발 지압을 시도함. 조금 나은듯 말듯하다가 구토기가 느껴져 화장실로 달려감

더러운 코미디 영화를 보면 강력하게 토사물이 입에서 뿜어져나오는 장면이 나올때가 있는데 그것은 단순히 연출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깨달음. 위장안에 있었던 모든 음식물이 뿜어져 나오다가 일부는 코로 역류하기도. 구토후 침대에 쓰러지고 나니 코에 물이 들어간것처럼 따끔하고 답답했는데 누워있다보니 중력의 영향으로 코에 박혀있던 토사물이 다시 목구멍으로 내려감. 내 인생 최고 더러운 기분이었음.

그 후로는 밤새 설사가 이어짐. 더 이상 나올것도 없을 거 같았는데 똥이 아니라 물만 뿜어져 나옴. 그후 5월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오한에 벌벌떨며 화장실과 침대를 무한 반복하고 있었음.

그리고 끔찍한 설사를 경험하던중 변기가 고장나버림. 왜인지 물이 저절로 채워지지 않아 수동으로 물을 채워넣어야하는 상태.

월요일 아침 친구에게 괜찮냐는 카톡과 함께 우리동네 수돗물이 오염되었다는 정보를 알려줌 - 뒤늦게 뉴스를 찾아보니 동네 상수도가 박테리아에 오염되어 나같은 증상을 겪어서 병원을 찾은 사람이 백명이 넘고 안간 사람도 있을테니 대충 수백명은 구토와 설사를 경험하지 않았나 싶음.

수돗물이 오염된 원인은 나오지 않고 있고 식용으로 끓여도 쓸 수없으며 설거지도 할 수 없다고 함. 월요일에 탈진한 상태로 집세 내러 나간김에 생수를 네병 사가지고 옴. 이와중에 수수료를 아끼겠다며 집에서 걸어서 20분정도 걸리는 씨티은행 atm을 찾아가 돈을 뽑음. 동네건물 모든 대문마다 수돗물 오염과 사용금지를 알리는 공문이 붙음. 대다수의 동네 레스토랑과 카페들 문을 닫음.

화요일인 오늘은 엄마의 권유에 따라 이온음료를 사러 나감. 그러나 내 기억으로 집앞 큰 수퍼가 문 닫은 후 동네 작은 수퍼들에서 이온음료를 파는 걸 본적이 없는거 같음. 그러다 동네 일본식품점에서 포카리 스웨트 파는 것을 기억해냄. 사실 방사능에 대한 걱정때문에 일본식품점을 가도 일본산이 아닌것만 사왔는데 이번에는 일본산 포카리 스웨트를 사고 말았다. 어차피 마실거 두캔에 500미리 페트병도 사옴.

수돗물은 내일 검사결과가 나올때까지 식용과 설거지용으로 쓸 수 없고 쓸 수 있을지는 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음. EU가입국에서 이런일을 경험하고 있는것이 그저 황당할 뿐. 그리고 체코인 특유의 성향때문인지 이딴일을 겪어도 매우 조용한 분위기임. 병원진료를 받고 입원한 사람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해준다는 뉴스가 뜨고 있다. 난 그냥 집에 홀로 쓰러져있었으니 그런거 없고.

하여간 매우 더러운 이야기가 가득했으므로 정화용으로 지지난주에 샀던 꽃사진을 올려봄. 물론 지지난주에 샀던 꽃이므로 시들어서 현재는 쓰레기통에.

혹시 프라하를 방문하실 분들중 프라하 6구역 데이비체쪽에 머무르실 분들은 물조심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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