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sies of the galaxy
요요와 초현실주의 본문
Yoyo (1965) - Pierre Etaix
클래식한 개그의 스트럭쳐
요요내의 많은 개그들은 개그를 구성하는 한가지 기본법칙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며 마임수업을 들으며 익히 배워왔던 매우 기초적이며 기본적인 법칙이다. 그것은 세번 반복되는 일련의 행동에서 마지막 세번째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여주는, 세번째 반전에 의한 개그의 구성이다. 이러한 형식의 개그는 요요가 캐러반 안에서 엄마랑 역사시험을 치는 장면 (요요의 아버지가 카드로 정답을 두번 알려주는데 세번째는 이상한 답을 함), 2차대전이 도래할 무렵 역사적인 상황을 설명하며 스탈린과 마르크스의 피켓이 등장하는데 세번째는 칼 마르크스 대신 막스 브라더스의 그루쵸 막스가 등장하는 장면, 요요가 위문공연을 가서 무대인사를 두번했는데 세번째 박수치고보니 나치 군인들이 무대에 서있었던 장면등에서 볼 수 있으며 요요의 전체 개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스타일이다. 세번째 반전의 법칙을 지키지 않더라도 삼박자로 이루어진 숏 (예를 들어 요요의 아버지가 요요의 어머니를 서커스에서 알아보고 요요의 어머니가 도망가고 아버지가 쫓아갈 때 둘다 삼박자로 움직인다.)들도 등장한다. 이러한 세번째 반전 숏들과 세박자의 숏들의 연결로 영화 속의 사소한 개그들은 영화의 전체적 이야기 구조를 배제하고 보아도 하나의 유기체처럼 탄탄히 연결되어있다. 이러한 세박자의 개그들에 익숙해질 무렵엔 변박도 하나 등장하는데, 세번째 반전의 법칙을 따르지만 세번째 반전이 나오기 전 두번째 행동과 세번째 결과 사이에 시간차를 둠에 따라 (요요가 저택문에 자물쇠를 다는 숏에서 두번 실패하고 그 후 영화의 플롯에 관여하는 씬이 나온후 다음날 아침에 우체부가 요요의 저택 문을 열때 개그가 완성됨) 같은 세번째 반전의 개그 형식이라도 더 큰 효과를 본다. 코미디 영화의 핵심은 당연히 그 안의 개그들이지만 요요처럼 모든 개그를 같은 템포를 유지하면서 그 안에 변박도 집어넣으며 리듬감을 창조하고, 연속적으로 배치되는 소소한 개그들은 마치 악보에 음표를 그려넣어 하나의 곡을 완성하듯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연결되는 영화는 드물다. 사실 요요에 등장하는 개그들은 영화의 전체 플롯을 건드리지 않는 디테일한 요소들에 불과해서 이 개그들을 모두 빼버리고 평이한 숏들로 구성된 영화로 만들어도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영화의 구조상 그다지 쓸모없어 보이는 이 디테일적인 개그에서 이 영화가 추구하는 독특한 초현실주의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간접적인 초현실적 이미지의 차용 – 브뤼겔, 마르크 샤갈과 요요
페터 브뤼겔의 작품 중에는 그림의 디테일을 자세히 들여봐야 더욱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 그림의 배경은 얼핏보면 평범해 보면 서민의 일상생활,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같은 곳이지만, 그 그림 안의 수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행동은 괴상하고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림안의 수많은 등장인물이 각각 행하는 이 기괴한 행동들로 그림은 전체적으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얻는다. 영화 요요에서 직접적인 브뤼겔 스타일의 인용이나 패러디는 없었지만, 요요내의 독특한 디테일적 개그에서 우리는 브뤼겔의 스타일을 유추해볼 수 있다. 영화 초반부의 요요의 아버지의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나는 우스꽝스러운 호화생활이나, (차를 타고 개를 산책시키거나, 고급욕조에서 개를 목욕시키는 숏등) 호화로운 저택내의 이상한 디테일들 (저녁에 파티가 끝나고 불을 끄는데 촛불등이 벽에 걸려있는게 아니라 커튼안에 숨은누군가가 직접 들고 있다거나, 그림안에 숨겨둔 와인을 몰래 꺼내마시는 집사등) 요요가 저택에서 연 호화로운 파티에 초대받은 상류층 사람들의 우스운 행위들은, 그 말도 안되는 상황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가져다 주며 또한 영화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로 작용한다. 이러한 초현실주의적인 반전의 개그는 영화 처음 부터 끝까지 등장하며, 관객들은 그렇게 끊임없이 디테일로 등장하는 소소한 개그들에서 브뤼겔의 그림을 자세히 감상하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서커스는 영화관이 생기며 영화가 대중화 되기 전까지 서민들의 최대 오락거리 중 하나였다. 심지어 영화조차 초기에는 서커스의 재밌는 구경거리중 하나 였다. 서커스라는 공간은 일상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초현실적인 곳이었다.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장식을 입은 난쟁이들 곡예사들이 묘기를 부리고 사자가 불타는 링을 뛰어넘고, 심지어 샴쌍둥이나 수염이 난 여자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피에르 에타이가 이용한 서커스라는 소재는, 아마도 그가 뛰어난 광대이고, 그가 가진 서커스에 대한 향수에서 왔을테지만, 서커스에 대한 노스텔지어나 그것이 가진 초현실성에서 마르크 샤갈의 작품을 떠올릴 수가 있다. 마르크 샤갈의 많은 작품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남자들과 동물들이 함께 등장하며, 직접적으로 서커스를 표현한 작품들도 있다. 또한 이 샤갈의 작품의 주요한 감수성은, 작품속 소재들에 대한 향수이므로, 영화의 중요한 소재인 서커스와 자신이 속한곳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향수는 마르크 샤갈의 작품의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직접적인 초현실주의 이미지의 차용 – 마그리트, 달리와 요요
영화의 분위기와 개그에서 유추해낼 수 있는 초현실적인 이미지 말고도 요요에서는 직접적인 초현실주의 이미지의 차용을 발견해낼 수 있다. 요요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차용한 초현실주의의 이미지는 바로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에서 온 것이다. 대공황이 시작되어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는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숏에서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건물에서 계속 떨어진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수없이 떨어지는 남자들을 피하려는듯 우왕좌왕하는 남자가 하나 있다. 이렇게 비처럼 떨어지는 정장입은 남자들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Golconda의 직접적인 차용이다. 또한 대공황이 발생하고 요요 아버지를 위해 일했던 하인들이 똑같은 정장과 똑같은 모자를 쓰고 줄줄이 저택을 떠나가는 장면에서, 르네 마그리트 작품에 수없이 등장한 정장입은 남자의 이미지를 더욱 직접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초현실주의 미술작품의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사용한 것은 요요가 어머니에게서 온 엽서를 읽느라 실수로 시계를 스토브위에 올려놓는 장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스토브의 시계가 녹아내린 장면은 살바도르 달리의 유명한 녹아내리는 시계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사운드의 활용과 영화 자체의 초현실주의적 표현
영화는 전반적으로 영화사와 당시 역사적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개그의 요소로 이용한다. 무성영화 시대가 배경인 초반부는 아예 영화를 무성영화로 만들어 놓았으며, 기본적 삼박자 개그와 디테일적 개그와 더불어 효과음이 개그의 한 요소로 작용한다. 초반부는 기본적으로 무성영화이지만 곳곳에 독특한 효과음을 넣었는데, 관객들이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효과음과는 다른 과장적이고 코믹한 것들을 넣어, 개그의 한 요소로 활용했다. 이 과장된 효과음들은 영화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강화하는 한 요소이기도 하다. 또한 좀 더 디테일 적으로는 반복되는 코믹한 사운드가, 한 캐릭터의 특화된 사운드처럼 (마치 주제가 처럼) 쓰이면서, 관객들이 그 사운드만 듣고 캐릭터의 등장을 예상하게도 만들었다. (예 – 열릴때 마다 과장스럽게 끼익 거리는 문 소리가 반복되고 꼬마 요요가 아버지의 차를 구경할때 이 소리가 들리므로서 관객들은 요요의 아버지가 집밖으로 나온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요요의 아버지가 말곡예사 여자의 초상을 바라볼때 마다 나오던 음악은, 요요가 처음 서커스 극단과 함께 아버지의 저택을 찾았을때 몰래 저택안에 잠입하여 요요가 직접 이 곡의 일부를 피아노로 연주하므로서 요요와 저택 주인과의 관계의 암시와 앞으로의 재회에 대한 복선으로 쓰이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이 음악은 단순히 복선으로서의 역할뿐아니라 서커스와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요요의 운명에 대한 주제가이기도 하다. 요요의 초현실적인 특성이 가장 빛을 발하는 장면들은, 패러디나 실제 작품의 이미지 차용이 아닌 영화 자체의 초현실적 연출들이다. 특히나 자체적 초현실적 장면들은 영화의 주제인 서커스에 대한 향수와 가장 잘 맞물려져 있다. (즉 패러디나 실제 작품의 차용은 영화의 내용과 주제에 관여하지 않는 자잘한 개그의 소재로 쓰이고 영화 자체적 초현실주의 연출은 영화의 주제와 전체 내용에 크게 관여한다.) 요요의 아버지가 서커스를 저택으로 불러들여 저택마당에서 홀로 서커스를 감상하는 상황, 몰락한 요요의 아버지가 요요와 그의 어머니가 있는 서커스를 찾아가 캐러반을 끌고 가는 장면에서 떠나는 캐러반을 배웅하며 음악을 연주하는 광대들, 호텔에서 만난 이졸리나가 요요에게 작별을 표하고 복도 끝의 문이 열리자 곡예사로서의 이졸리나가 서커스에 서는 모습이 보이는 숏, 요요가 성공해서 아버지의 저택을 다시 꾸미고 파티를 열었지만, 허탈감에 서커스 용품을 모아둔 작은 방에 홀로 앉아있을때 사방에 놓인 거울에 요요의 모습이 비추고 미러볼이 돌아가는 장면등은 영화의 개그적 요소가 아닌 요요의 아버지와 요요의 서커스에 대한 향수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또한 영화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로 꼽을 수 있다. 영화의 주제가와 함께 이 영화의 주제에 대한 상징으로 쓰인 것은 코끼리이다. 코끼리는 실존하는 동물이지만 동남아나 아프리카, 동물원, 서커스가 아니라면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마주칠일이 없는 동물이기도 하다. 요요 아버지의 호화 저택에 등장하는 코끼리는 그래서 영화내에서 가장 초현실적 등장물이다. 어린 요요가 처음으로 아버지의 호화로운 저택에 들어갔을 때 요요를 그 집에서 직접 끌어내는 것은 코끼리이며, 성공한 요요가 다시 호화로운 저택으로 돌아가 파티를 열었을때 갑자기 등장한 코끼리를 요요가 타고 저택 밖으로 나간다. 코끼리는 요요의 마음의 고향인 서커스를 상징하며, 또한 요요를 직접적으로 그 고향과 운명으로 이끄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처럼 영화내의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 물처럼 흐르는 개그의 구성 모두가 영화만의 독특한 초현실주의적 분위기 창출에 큰 역할을 한다. 영화 요요는 단순히 본다면 서커스에 대한 향수로 이루어진 나이브한 코미디 영화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완벽하게 구성되고 짜여진 개그의 리듬과, 각종 역사와 미술작품에 대한 패러디, 그리고 영화 자체적 초현실적인 상황과 장면의 연출은 단순한 플롯을 가진 영화를 아름다운 초현실주의적 영화로 한단계 높여놨다. 또한 영화의 내용의 단순성은 영화내의 수많은 초현실주의 디테일들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하나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